노인 운전자 사고 매년 느는데… 정부는 수수방관
인지·운동 능력 떨어져 ‘65세 이상 교통사고’ 급증
김용범 기자 / dhc5173@naver.com 입력 : 2016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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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 남동구의 한 도로에서 손모(73)씨가 운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 치킨집을 덮쳤다. 이 사고로 초등학생 2명과 치킨집 종업원이 크게 다쳤다. 손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인구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운전자들이 낸 교통사고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일수록 인지·운동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 위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방책이 허술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치매노인 10명 중 1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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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1년 1만3596건에서 지난해 2만3108건으로 4년 만에 7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1만∼23만건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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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고 사망자도 매년 늘어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81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462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이 낸 교통사고 사망자 규모는 이미 3년 전부터 전체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제쳤다. 일각에서 노인 운전자를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같이 노인운전자 사고가 느는 것은 인지·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운전자의 양적 증가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책 때문이다.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1년 145만명(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5.33%)에서 지난해 229만명(〃 7.57%)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노인 운전자의 운전 능력 저하에 대비한 대책은 이들의 운전면허증 갱신기한을 5년으로 단축(일반인 운전자 10년)한 것뿐이다. 현행 운전면허 적성검사는 단순히 시력과 신체동작 기능을 검사하는 수준으로 신체 노화에 따른 운전기능 저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많다.
도로교통공단이 노인들이 자신의 인지능력 감소를 체감할 수 있도록 2013년 시행한 교통안전교육도 강제성이 없어서 걸음마 단계다. 3시간 무료교육을 이수하면 자동차보험료 5% 할인혜택을 주는데 지금까지 누적 이수자는 고작 3800명 남짓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적성검사에 인지기능 검사를 추가하고 면허 갱신주기를 연령대별로 단축할 것을 주문한다. 또 노인 운전자 비중이 큰 택시의 경우 자격유지 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65세 이상은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운전적성 정밀 자격유지 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택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전문가는 “인지기능 검사 등은 해외에서 검증된 제도들이어서 효과는 볼 것”이라면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나 정치권이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노인층에서 차별이나 피해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은 “노인의 안전과도 직결된 만큼 정부가 예방대책을 추진하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노인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당부했다. |
김용범 기자 / dhc5173@naver.com 입력 : 2016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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